오늘은 비가 내립니다.
가신님의 눈물처럼 비가 내립니다.
비 내린 후 청산은 그지없이 맑습니다.
허나 그 진면목을 알 수가 없습니다.
그 청산 등성이에
냇물처럼 걸려있는 폭포수는 가슴에 가득한
그리움, 그리고 恨을 아래로, 쏟아 내립니다.

이 아름다운 세상,
복사꽃 피어있는 천지에서 보슬비의
축복을 같이 하며 또 인간의
愛憎을 같이 했던 悲戀의 내 형제들
허나 동기로 태어난 축복을 서로 나누기도
전에 그대들은 앞산 뒷산을 지나
別有天地 그대들의 청산, 그 머나먼 곳으로
빠른 걸음으로 보슬비 맞으며 가시었습니다.

삶의 桎梏과 疾視는 끝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실마리는 반드시 풀리는 법인데 그것마저도
풀지 못하고 가신님들에게 나는 痛嘆의 눈물만을
흘리며 세상을 恨歎하고 있습니다.

無, 有情의 한없는 정을 남기시고 가시는
임들은 世事의 모든 일을 다 잊고 가시겠지만
삶의 세상에 남아있는 이 들의 남은 인생은
눈물 삼키며 살아가야 할 줄을 님 들은
미쳐 알았겠습니까.
세월은 흘러가는 것입니다.
그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선후는 다르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인연이란
끈으로 묶여 喜悲를 같이 하고 離別의 순간
을 맞이하여 통곡하는 것입니다.
하물며 인간들이야,

그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우리도 전생의 알 수 없는 끈으로 이 세상에
형제가 되었습니다.
하여 우리는 만리타향의 싸늘한 날들 항상
나그네인 인생을 살아 왔습니다.
절은 날들의 지나가는 바람 속에서 愛憎으로
消費했던 시간들이 거센 물살처럼 요동쳤습니다.
하여 조금 好時節이 왔었습니다.
그런데 그대들 형, 상수 아우, 상철이는
지금 어느 곳에 계십니까.

어느 곳에서 그대들을 만나 보리오.

소나무로 울타리 세우고
바람으로 벽을 삼고
앞산 앞에 출렁거리는 물로 휘장을 치고
잔디 풀로 지붕을 삼는
그대들의 집,
그곳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고
오직 내 눈에 흐르는 것은 눈물뿐이외다.
온산의 꽃들이 붉게 물들어 불타는
것처럼 보이는 恍惚한 봄날 더구나
조금 있으면 고은 비가 오는 우리들
고향의 축제일 穀雨節이 돌아옵니다.

그대들이 너무 보고 싶어서 난 그대들의
모습을 幻影으로나마 보고 있습니다.
봄비 축축이 人間의 大地에 내리는 날
그대들의 幽宅에도 축복의 비가 내리기길
삼가 살아있는 자의 서글픈 미소와
冥福이란 이름으로 머나먼 그대들의
幽宅에 이 편지를 부쳐봅니다.